PM 5:43 – 막이 오르기 직전
간판은 작고, 불빛은 은은하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고요한 뒷골목. 해가 질 무렵, 아직 도시는 일과의 피로를 떨쳐내지 못한 채 회색이다. 그러나 그들의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된다. 옷깃을 여미고,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고쳐 매는 남자들. 준비된 손길, 익숙한 미소. 그들이 곧 맞이할 밤은 연기가 아닌, 관계의 무대다.
PM 7:12 – 첫 번째 ‘사람’이 온다
그녀는 말한다.
“오늘, 그냥 이야기 좀 듣고 싶어서요.”
술잔보다 먼저 건네지는 눈빛과 말.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잘 마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듣는가다. 호스트들은 화려한 말솜씨보다, 공감의 기술을 먼저 배운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기술. 이름 대신 마음을 기억하고, 시선 너머의 상처를 읽는다.
이곳은 단순한 유흥의 공간이 아니다. 정서적 결핍을 치유하는 어딘가, 어느 누구는 말한다.
“이곳은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낮에는 상처 입고, 밤에는 위로받는 인간들이 모여드는 곳. 위선 대신 솔직함이 오가고, 역할 대신 진짜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https://www.ssalba.co.kr
AM 1:35 – 웃음과 눈물이 섞이는 순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실없는 농담 속에도, 가슴 아픈 고백 속에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고, 사람들은 점점 무표정해지는데, 이곳만큼은 감정이 살아 숨 쉰다.
진심을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고 진지하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돈 쉽게 버는 곳’이 아니다. 감정노동의 끝에서 얻는 이해와 공감의 무게. 때론 그 무게가 지친 영혼을 되살린다.
AM 4:08 – 조명이 꺼지고, 사람들은 돌아간다
고객도, 호스트도,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엔 분명 흔적이 남는다. 따뜻했던 말 한마디, 웃으며 건네준 물 한 잔, 혹은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준 그 순간.
호스트바는 단순히 ‘서비스’를 파는 곳이 아니다.
거기엔 인간의 감정, 연결, 위로가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호빠는 허상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호빠는, 나를 진짜로 대해준 유일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그들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밤은 때때로, 낮보다 인간적이다.